리트라이·리트라이(속)
눈을 떴을 때, 갑작스래 머리에 떠오른 사실에 나는 경악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계속해서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하고 외쳤다.
모든게 꿈이기를 바라며, 모두 거짓이길 바라며 몇번이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 행동은 그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고 거짓이 아닌 진실임을 더욱 확실하게 해 줄 뿐이었다.

나 자신이 끝없이 반복해온...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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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내가 오늘 하루 우리의 민폐 단장 스즈미야 하루히를 보며 내린 수많은 평은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었다.
너무나도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루히의 상태가 이상했다.

지금 있는 곳은 역 앞의 커피숍.
이 곳에 들어온지 약 1시간 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1시간 동안 하루히로 말하자면...

"...."

...묵묵히, 탁자에 구멍이 뚫리기를 바라는 듯 시선을 아래로 깔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부담스럽다.

뭐, 조용히 있는 것 뿐이면 언젠가처럼 기분이 나쁜거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겠는데...

"...(슬쩍)"

...대체 무슨 속샘인지, 랄까 어떤 상태인건지....
하루히는 지금 무려 울먹이고 있는 상태인데다...
내 얼굴을 본다 -> 나랑 눈이 맞는다 -> 안색이 파래지며 고개를 숙인다 -> 이하 무한반복
이라는 알 수 없는 행동을 끝없이 계속하는 중이었다.

"...하아."
"...(움찔)"

아니, 내가 뭘 했다고 거기까지 과민반응을 하는건지.
내 한숨에 몸을 떠는 하루히를 에게서 시선을 때, 바깥을 바라보며 나느ㅏㄴ 다시한번 한숨을 쉬었다.(이번엔 속으로)
그리고 나는 대체 무엇이 잘못된건가 알아보기 위해, 오늘 아침의 일을 떠올렸다.


오늘은 우리 민폐 단장 주도의 신비 탐색 순찰의 기념할 만한 그 두 번째 날.
지난번과 똑같이 휴일 하루를 통째로 써서 정말로 있을까 조차 의심스러운 '신비'를 찾는다는 어이없는 기획.
이전에 마지막으로 도착했다는 이유만으로 벌금을 내야했던 나는 이번에는 약속시간보다 1시간 먼저 약속장소에 도착해 하루히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은 첫 번째 날과 똑같게 나, 하루히, 나가토, 아시히나 선배, 코이즈미의 다섯명이 전부 모일 예정이었지만... 무언가의 우연인지 아니면 배려인지 몰라도 나와 하루히를 제외한 나머지 세명은 이번 탐색에는 불참.
결국 나와 하루히 둘만으로 탐색을 하게 되었다.
나는 하루히가 약속시간보다 30분정도 전에 도착할거라 예상하고 그녀가 도착하면 어떤 얼굴을 할지 상상하거나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지만....

30분이 지나도, 1시간이 지나도 하루히는 오지 않았다.

물론 무지막지하게 놀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 하루히가 지각이라고?
거기에 약속시간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연락조차 없다고?
있을 수 없다.
하루히라면 심한 감기에 걸려서 오지 못하게 되었다 해도... 아니, 오다가 교통사고가 났다고 해도 실려가는 응급차 안에서 연락을 해올 위인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녀는 오지 않았고, 핸드폰은 울리지 않았다.
그 후로 뭔가 이유가 있겠지 싶어 30분정도를 더 기다려봤지만 하루히는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까지만으로도 충분히 하루히로써는 이상했지만... 그걸로 끝난게 아니었다.
뭔가 심하게 불안하게된 나는 결국 핸드폰을 꺼내 하루히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
"아!?"

―내 뒤에서 들려오는 벨소리와 익숙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루히는 이미 약속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내 앞에 나오지 않고 몰래 내 주위에서 나를 살펴보고 있었다...라니, 스토커냐?
새로운 취미인겁니까?

30분을 기다린데다 불안해하고 있었던 나는 당연히 화가나서 하루히에게 한마디 하려고 했다.
하려고 했지만...
하루히의 상태가 이상했다.
아니, 아까부터 계속 이상하다 이상하다 말하고 있긴 했지만... 이건 진짜로 이상했다.

무려 '그' 하루히가 나를 보자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난 것이다.

물론, 그 순간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갈 뻔 한 것은 말할 것도 없겠지?

순간 내 머리속에서는 고속으로 뇌내 회의가 진행되었다.
'하루히?'
'하루히가 동생이 있던가?'
'아니, 여기까지 닮았다면 쌍둥이라는 가설이 맞을지도.'
'어쨌든 다른사람?'
'전화벨이 울렸는걸?'
'우연히 타이밍이 맞았을거야.'
'벨소리도 같은데?'
'우연이겠지.'
'하지만...'
'넌 저게 하루히라는거냐?'
'다른사람이네.'
'다른사람이지.'

결론.
이건 하루히가 아닌 다른사람이다.

"죄송합니다."
"에?"
"제가 아는 사람이랑 너무 닮아서 그만... 죄송합니다!"
"에? 에? 저기, 쿈?"

뭔가 나를 부른 것 같았지만 전력으로 무시하고 나는 그 장소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뒤에서 내 옷을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힘은 무척이나 약했지만 어째서인지 떨쳐내고 갈 수 없었다.
몇초인가 그런 어색한 상태가 이어지고...

나는 더욱더 당황스러운 사태에 빠지게 되었다.

"흑..."

무려

"우우...읏.."

하루히―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일단 백조광년 타협해 하루히라고 해두자―는 내 옷자락을 잡은체 울기 시작했던 것이다.

두렵다.
이런 감상을 하면 실례라고는 생각하는데, 솔직히 두렵다.
하루히가 울고 있다고?
내 뒤에는 대체 어떤 비 현실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거지?
주위의 시선?
그딴거 알까보냐.
지금 처해있는 상황이 더 무섭다.

나는 뒤를 돌아봐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다.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하루히는 고민할 시간따위 주지 않겠다는 듯, 나에게 마지막 한방을 날려왔다.

덥썩

무슨소리냐고?
아하하.
무슨소리긴.
하루히가 내 등 뒤에 매달리는 소리지.

"쿈...쿈이지?...히끅...언제나의... 쿈인거지?"

아, 이제 무리.
한계다.

"에...? 쿈? 쿈?!"

커지는 하루히의 목소리를 BGM으로 깔며...
나는 정신줄을 놓았다.


자, 회상종료.
그 후를 말하자면...
내가 기절했던 시간은 짧았고 나는 깨어나자 마자 눈앞에서 울먹이는―순간 또 정줄 놓을 뻔했다―하루히를 데리고 사람들을 해쳐 주변의 커피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

슬쩍 시선을 돌려 하루히를 살펴본 하루히는 여전히 아까와 같은 상태로 있었다.
저대로 뒀다가는 탁자뿐 아니라 지구 반대편까지도 뚫어 버리겠구만.

이 상태로 뒀다가는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이대로 있을 것 같다.
...제발 부탁이니 그것 만은 그만뒀으면 한다만....
이런 거북한 공기 속에서 2시간을 넘게 더 버티라고?
차라리 코이즈미와... 미안, 방금꺼 취소, 아직 다 말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취소.
아, 아사히나 선배와 함께라면 괜찮을 지도 모르겠다.
나가토도 괜찮고.

"...쿈."

...핫!?
이런, 무심코 현실도피 하고말았나....
...어라?
방금...

"쿈! 듣고 있는 거야?"
"어라, 하루히?"
"그럼 누구인줄 알고있는거야...나참."

아, 하루히다.
정신을 차리고 눈 앞을 보자 언제나의... 까진 아니지만 아까보다는 좀더 상태가 하루히스러운(?) 하루히로 하루히의 상태가 변해 있었다.
뭔가 이상하게 말해버렸지만 어쨌든, 하루히에게 조금 힘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정말이지... 쿈은 언제라도 쿈이구나. 정말이지 변하는게 없어."

힘없게, 하지만 확실히 미소를 짓는 하루히를 보고 조금은 안심하며 나는 다 식어버린 커피를 입에 댔다.
...맛없구만.

"그야 나는 언제나 나다만."

"응. 이상한 상상하면허 헤죽거리는 쿈이네."

"...무슨증거로?"

"분명 또 미쿠루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겠지. 이래서 쿈이란 것들은...."

아니, 잠깐. 나는 복수인거냐?
아니면 너는 쿈이라는 이름을 나만이 아니라 뭔가 집단을 가르키는 명칭으로 쓸 생각인거냐?

"쿈스러운 이야기는 그만하지?"

아니 그렇니까 대체 너는 쿈이란 단어를 어느정도의 범용성을 가지고 쓰고있는건데?

"뭐, 그건 넘어가고. 너야말로 무슨일 있었냐? 상태가 언제나 같지 않은데?"

아까 그 일에 대한 것도 그렇고...랄까, 방금전부터 나아진거지 그 이외 오늘 하루 내내 이상했지.

"무, 무슨 소리야. 나는 언제나와 같은걸. 이상하다면 쿈의 눈이 이상했던 거겠지."

"...너 아까 울―"

"안울었어!"

"...뭐, 그렇다고 해 둘까."

...하긴, 나로써도 아까 그 모습은 꿈이라던가 환상으로 치부해버리고 싶을 정도니까.
하루히도 저렇게 부정하겠다, 그냥 잊어버리도록 할까.


그 후로는 어느정도 나아진 분위기가 되어, 나는 하루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도중 코이즈미와 나가토와 아사히나 선배가 못오게 되었다는 것을 말했을 때 어째서인지 하루히의 표정이 살작 어두워진데다가 이상한 질문―세명의 전화에 이상한 점은 없었는가, 뭔가 숨기는 듯 하진 않았는가―을 하긴 했지만 그 이외에는 나름 언제나의 하루히의 모습이었다.


그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야기를 시작하고 어느정도의 시간이 흘러 하루히의 분위기가 언제나의 그것에 가까워 졌을 때.
나는 미리 생각해뒀던 이야기를 꺼냈다.

"중요한 얘기가 있는데 좀 들어줘."

"뭔데?"

"넌 우주인이나 미래에서 온 사람이나 초능력을 쓰는 녀석이 있길 바라는 거지?"

"...그렇...네. 그게 왜?"

"그러니까 이 SOS단이라는 모임의 목적은 그런 녀석들으 찾는 데에 있는 거지?"

"아...으, 응. 그, 그렇지."

...뭔가 반응이 이상한데?

"사실은 그 우주인도, 미래에서 온 사람도, 초능력자도 생각지도 못할 아주 가까운 곳에―"

쾅!

나는 말을 끝낼 수 없었다.

"...미안. 오늘은 그만 돌아갈래."

그리고 하루히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서를 집어들고 가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건에, 나는 그저 자리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내가 정신을 차린 것은 하루히가 테이블을 쳤을때 넘어진 컵에서 흐른 커피가 내 손에 떨어졌을 때.
그 때에는 이미 하루히는 가게에서 나가 쫓아갈 수 없을 만큼 멀어져 있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나는 하루히가 커피값을 계산해준 것―내가 그것을 눈치챈 것은 하루히가 간 뒤 약 30분 정도가 흐른 뒤로, 나는 있을리 없는 계산서를 찾느라 그 30분의 대부분을 소비했으며, 결국 점원이 알려줘서 그 사실을 알게되었다.―을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오늘 하루 내내 이상했던 그녀의 상태를 걱정해야할지 고민하다 새벽이 가까워져서야 잠에들었다.

결국 내가 자기 직전에 내린 결론은 '잘 알 것 같은 놈들에게 물어보자.'였다.

학교에 가면 자칭 하루히 심리전문가가 있으니까 그놈에게 물어보면 되겠지.
그러니까 이제 좀 자자.







by pkcow | 2008/11/26 00:48 | 무언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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